폐렴으로 일주일간 입원했다가 며칠 전 퇴원했습니다. 기침을 3 주동안 했는데,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열심히 먹었는데도 차도가 없더라구요. 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 결과 폐렴인 것 같으니 입원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결국 7일간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첫째날
태어나 처음 입원해보는 거라 병원놀이 하는 기분입니다. 환자복 입은 기념으로 남편과 사진도 찍고, 병상에도 누워 보고 신났습니다. 저녁식사도 맛있게 먹었어요. 남편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니 그제서야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간호사들이 곧 익숙해질거라고 안심시켜 주네요.

둘째날
어젯밤에는 한숨도 못 잤습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오는데요. 문 앞 침대라서 복도의 불이 너무 환해 잠을 깰 수 밖에 없었어요. 남편에게 안대귀마개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식사 마치고 나니 시어머니가 오셨네요. 시댁에는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남편이 바로 연락드렸나봅니다. 어머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결혼하기 전에, 체격은 날씬해도 건강하고 잔병치레 안한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렸었는데... 한번도 아이들 입원시켜 본 적 없다는 어머님 말씀에 더욱 죄송스럽네요.

남편도 어머님을 지하철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다시 병원에 와서 제 옆을 지키느라 피곤한 얼굴입니다.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저도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기 시작하네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갑니다.

셋째날
강화에서 버스를 세 번씩 갈아타고 외할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친정 식구들은 모두 동생 산후조리에 매달리느라 힘들어 아무도 문병을 못 오게 했거든요. 팔순이 훌쩍 넘으신 외할머니까지 병원에 오시다니,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막심합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예요.

제가 심심할까봐 신랑이 휴대용 라디오를 사왔습니다. 덕분에 '푸른밤 성시경입니다'의 마지막 방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게 되었네요. 2년 8개월간의 라디오 진행를 그만두는 성DJ. 오프닝부터 목이 메어 제대로 진행을 못하더군요. 집에서라면 저도 같이 눈물흘려 아쉬워 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가 않네요. 제 옆에는 폐암 아주머니와 심한 천식 환자, 척추가 부러져 거동도 못하시는 할머니가 마른 기침을 쏟아내며 서로의 잠을 깨우고 있습니다.

넷째날
드디어 첫 회진입니다. 토요일에 입원을 하고, 연휴가 끼어 있는 바람에 입원 넷째날 만에 회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폐 소리는 많이 좋아졌지만, 천식, 알레르기, 결핵검사를 모두 통과하고 폐렴이 좋아져야 퇴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엊저녁에 먹은 빵이 좋지 않은지 하루종일 설사를 15번이나 했습니다. 자려고 누우니 속이 메스꺼워 잠을 잘 수가 없네요. 병원에 들어와서 하루도 제대로 잔 적이 없지만, 오늘은 정말 서럽고 힘이 듭니다. 몰래 휴게실로 가서 훌쩍이다 겨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섯째날
레지던트 선생님을 붙들고 내일 퇴원할 수 없겠냐고 애원을 했습니다. 아직 천식검사CT 촬영이 남았다고 하십니다. CT 결과가 좋으면 바로 퇴원시켜 주겠다는 말씀에 조금 희망이 생겼습니다.

입원비 중간정산 청구서가 나왔습니다. 무려 50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검사비가 60만원이 넘고, 총 병원비는 130만원 가까이 되네요. 그나마 건강보험공단에서 50%를 제한 금액이 50만원 정도였습니다. 깜짝 놀란 저에게 앞의 환자가 보험 든거 없냐고 묻습니다. 3만5천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 K 생명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입원중인데 보험금을 받고 싶다구요.

보험의 이 활짝 피었네요. 7일간 입원할 경우 저는 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허허. 앞자리의 동갑내기 애기엄마는 입원일부터 하루에 7만원 가량을 받는다고 여유있는 얼굴입니다. 입원비를 생각하니 더욱 더 퇴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내일 교수님 회진하실 때 꼭 퇴원시켜 달라고 애원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여섯째날
병원에 들어와서 엑스레이 촬영만 네 번, 천식검사, 알레르기 검사, 각종 피 검사는 셀 수도 없습니다. 폐 관련 검사는 거의 다 받은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으로  CT 촬영을 했습니다. CT 촬영 결과는 이틀 정도 기다려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주말이 지나고, 입원기간이 10일 가까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지요. 밤 9시가 넘은 시각, 레지던트 선생님이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뭔가 정리를 하고 계시길래 강력하게 요청을 했습니다. 내일 퇴원시켜 달라고요. 교수님께서 보셔야 한다고 확실한 답변을 안 주셨습니다. 그렇게 실망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지막날
새벽 5시에 간호사가 흔들어 깨웁니다. '오늘 퇴원하는거 아시죠?' 복권 당첨된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저보다 더 오래 입원해 있어야 하는 환자들도 있고, 100% 확신할 수가 없어서 기쁜 마음을 꾹꾹 눌러두었습니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갑자기 시아버지께서 오셨어요. 그렇게 안 오셔도 된다고 말렸지만 새벽같이 달려오신 거예요. 오늘 퇴원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얼굴색이 환해지시네요.

교수님이 회진하시면서, 천식, 결핵, CT 검사 결과 모두 좋다고, 단순한 폐렴이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퇴원결정을 해 주셨어요. 옆 환자들이 모두 같이 좋아해줍니다. 남편에게 연락을 하고, 짐 정리를 하고, 환자분들이랑 간호사분들께 인사를 하고 그렇게 7일간의 병원생활이 끝났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폐렴은 감기가 심해져서 오는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 탓이라고 하시더군요. 불규칙한 수면, 영양부족, 피로가 누적되면 면역이 약해져서 폐렴이 오게 되어 있다구요. 지난 몇 달을 생각해보면, 후회막심이죠. 입원기간동안 몇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1. 새벽 2 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기
2.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기
3. 꾸준히 운동하기
4. 보험 해약하고 다시 찾아보기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기침이 2주 이상 오래되면 꼭 큰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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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짠이아빠 2008/05/27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큰 일 겪으셨군요.. 저도 한 3년전 이맘때 딱 한달 기침했었는데.. 폐렴 진단이 나왔지만 입원까지는 않했습니다.. ㅜ.ㅜ

    • BlogIcon 열심히 2008/05/27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폐렴 진단 받으시고 입원을 안할 수도 있군요.
      저도 조금 버텨볼 걸 그랬나봐요 ^^;
      일주일동안 항생제 주사를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폐렴도 무서웠지만 항생제 부작용도 걱정되더라구요.

  2. BlogIcon 학주니 2008/05/27 1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아프셨군요..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집에서도 몸조리 잘 하시길..

    • BlogIcon 열심히 2008/05/27 1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주니님 감사합니다. ^^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에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있어요~~
      별일 없으시죠~?

  3. BlogIcon rince 2008/05/27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이 환하게 핀 그 보험 어떤 보험인지 궁금하네요. 읽는 저도 기분이 나빠지네요. 7일 입원하고 3만원... ㅠㅠ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 BlogIcon 열심히 2008/05/27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rince 님 반갑습니다.
      제가 보험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본다고 따져봤는데도..
      뭔가 초점이 맞지 않았나봐요.
      입원특약에 가입을 했는데도 그렇답니다.

      그 3만원 받으려고 진단서 1만원 내고 끊어왔는데요. -_-;
      참..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4. BlogIcon 필그레이 2008/05/27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폐렴!!!지금쯤 많이 회복되셨겠지요?유의하세요.건강이 최고예요정말.

    간만에 들렀다가요...^^
    근데 위에 올리신 성향이 꼭 저와 비슷해서리...-_-;;;밤잠 별로 없고 영양식은 그닥 못하고 암튼...ㅡ,.ㅡ;;조심행해야겠어욤.

    지금은 감기 앓고 있는데 기침보단 코가 막히고 머리가 아퍼서..ㅜㅠ
    영...멍~합니다..-_-

    그럼 다가오는 여름 건강유의해보아요.^^

    • BlogIcon 열심히 2008/05/29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필그레이님~~ 오랜만에 댓글보니 정말 반갑네요~ ^__^

      건강 조심하세요.. 감기에 걸린다는게 벌써 면역이 떨어졌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

      제가 한 번 겪어보니, 건강할 때 평소에 조심해야겠더라구요 크크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좋아하는 일만 하시고~ 싫은 일은 하지 마세요 호호

      그게 건강에 최고예요~~

  5. BlogIcon 딸기뿡이 2008/05/28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이제서야 봤네요. 요리 배우게 되셨다는 글 보고 반가워서 왔다가... 지금은 일상 생활 하는데는 불편함 없으신거여요? 아아, 폐렴이 감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가 겹쳐서 결국 몸관리를 잘 해야 하는 거였군요. 친한 친구 어머니도 폐렴에 걸리셨거든요, 최근에. 그나저나 보험은 진짜.......ㅠ_ㅠ 돈은 돈대로 꾸준히 매달 넣었건만 저게 대체 뭐하는 건지. 말도 안돼요. 보험은 넘쳐나니까, 많이 알아 보시고 진짜 혜택을 제대로 받는 보험 가입하세요. 해약은 진짜 잘 하셨어요.

    • BlogIcon 열심히 2008/05/29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딸기뿡이님~ 진심이 느껴져요~ 댓글 감사합니다.
      폐렴이요.. 몸이 약해지면 정말 흔하게 걸릴 수 있나봐요.
      수술한 환자들도 있었고, 그저 3-4일 기침했을 뿐인데
      폐렴진단 나왔다는 환자도 있었거든요.

      보험은 아직 해약 못했어요 ㅠ.ㅠ
      그 3만원..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결정 못했그등요 ㅎㅎㅎ

      입원비 위주로 다시 알아보려구요 ^^

  6. BlogIcon 민트 2008/05/29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동안 포스팅이 뜸하셔서 어디 아프신거 아닌가 했는데 역시 아프셨군요..;; 저도 옛날에 폐렴에 걸려봐서 아는데 감기가 진화해서 폐렴이 되는게 아니라 폐렴이 오는 거 맞아요. 그 때 심하게 기침부터 한참 하다가 결국 감기가 옮았는데...

    원인은 수면부족, 스트레스, 영양결핍 등... 위에 열거하신 내용 맞구요, 그래서 그 이후로 철저하게 관리해서 이젠 다시 걸릴일은 없을 것 같네요. 전 입원은 안하고 그냥 동네 의원에서 한 2주 집중치료를 받았었죠...

    • BlogIcon 열심히 2008/05/29 14: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민트님도 폐렴에 걸려보셨군요..

      저도 이제 관리 정말 잘하려구요. 결혼하고 나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 못 먹고, 제가 해 먹는 건 부실하고 하다보니 특별히 영양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완전 방임으로 생활한 것도 있구요 ^^

      한 번 걸려보니 다시는 폐렴 걸리고 싶지가 않네요. 아직도 옆구리가 살짝 아파요 ^^;

  7. BlogIcon 민트 2008/05/29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그리고 좋은 보험사 찾으시면 귀뜸 좀 부탁드릴께요. 말씀하신 k 보험사는 좀 심한 듯..ㄱ-

    • BlogIcon 열심히 2008/05/29 14:18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보험사 아직 찾는 중이예요 ^^
      생명보험하고, 화재보험이 다르다고도 하고,
      막상 알아보려니 복잡해서요. 귀차니즘이 막 몰려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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