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았습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교수로 나오는 영화예요. 주인공 라이문트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한 여자를 구해주게 됩니다. 그 여자는 빨간 코트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지요. 코트 주머니에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작은 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안에 리스본으로 가는 야간열차티켓이 끼워져 있었죠. 15분 후에 출발하는 열차, 라이문트 교수는 갑작스럽게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게 됩니다. 리스본에서 언어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마데우 프라도의 젊은 날을 되짚으면서 자기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는 영화입니다.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이 영화 내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인생에 지칠만한 나이지만, 호기심과 열정은 남아 있는 노교수 역할의 제레미 아이언스 연기도 좋았습니다. 포르투갈에도 우리나라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혁명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시절을 뜨겁게 보냈던 젊은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서글프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아무도 혁명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과거로 덮어두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는 대사가 슬프게 들렸습니다. 자신의 젊음을 혁명에 희생했던 사람들은 죽거나 다치거나 잊혀져 가는데, 리스본의 살육자로 불린 비밀경찰은 손녀에게 좋은 할아버지로 살아남아 여생을 살아간 듯 합니다.


액자 형식의 영화에서 두번째 주인공인 아마데우는 한사람의 천재가 주변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묘하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죽음의 개념과 비슷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죽음은 삶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식으로요. 언제 죽음의 검은 리본이 내 목을 감을지 모른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깨달음은 천재들에게 일찍 찾아오는 것인가 봅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며 살텐데 말이지요. 스티브 잡스도 자기가 남들보다 빨리 죽을 걸로 생각해서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아마데우도 본인이 깨달은 것들을 글로 남겨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으로 엮어 수십 년 후 스위스에 사는 라이문트에게 전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라이문트의 삶의 방향을 바꾸지요. 


내가 깨달은 것들도 다른 이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요. 비록 천재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앞으로는 정성껏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2014)

Night Train to Lisbon 
8.2
감독
빌 어거스트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크리스토퍼 리
정보
로맨스/멜로, 스릴러 | 스위스, 포르투갈 | 111 분 |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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